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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y Coulibaly, "Weekdays"

by spiral 2023. 6. 22.

아래와 같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낯설다. 아직 사회적 시선이나 편견에 의해 굳어지지 않은 유연한 사람만이 저렇게 감정적으로 나긋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 이곳저곳에서 행정적 일을 보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겉으로는 친절한 듯 포장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닳고 닳은 그리하여 편견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한순간 자기 방어적으로 돌변하는 모습 속에서 꾸며진 친절함을 발견한다. 그러다 아래와 같은 곡을 들을 때면 낯설다고 느낀다. 나이든 사람들이 지닌 두려움은 근본에 있어 친절하지 않다. 사실 나도 별로 다르지 않다. 세상과 싸우는 과정에서 자기를 보존하기 위해 딱딱해져 거꾸로 작은 충격에도 너무도 쉽게 금이 갈것 같은 모습의 사람들, 그들이 바로 중년이라고 말해 볼 수 있다. 중년은 너무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좋은 기억도 있다. 그런 것을 추억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기억도 많다. 기억이 독소와 같이 찌꺼기가 되어 체내에 쌓이게 되면 쉽게 근심과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기억은 꼭 좋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때로는 기억상실에 빠지고 싶다고 느낀다. 중년의 문제는 기억에 의해 신체가 더렵혀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기억은 시간을 먹으며 증식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기억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너무 많은 기억은 정신이 신체와 관계 맺는 방식을 복잡하게 만든다. 너무 많은 기억에 의해 정신과 신체의 관계가 과도하게 얽혀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흐름이 막히게 되면 정신과 신체는 제정신과 제건강을 잃고 고장이 나게 된다. 그게 나이가 먹는다는 뜻이다. 사람이 나이 들어 보수적이 되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너무 많은 기억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함이다. 가끔 너무 멀리 왔다고 느낀다, 20대의 정형화되지 않은 가소적 삶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느낀다. 그게 내가 아래 곡을 남의 이야기와 같이 낯설게 듣는 방식이다. 아래와 같은 곡은 젊은이가 아니라 거꾸로 나이든 사람이 듣는 게 더 적절하다. 과거 자신이 얼마나 유연하고 부드러웠는지, 그렇기에 크고 작은 충격 따위 아무런 두려움 없이, 그 따위 것 아무 것도 아닌 듯 살아낼 수 있었던지를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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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day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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