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친구가 학회 때문에 뉴올리언즈로 갔다. 오랜만에 집에 혼자 있다. 감금된 느낌을 달래기 위해 산책을 했다. 역시 볼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추위만 느끼다 곧 돌아왔다. 반경 500 미터 내에 상점 하나 없는 학교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게 얼마나 괴이한 일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집 바로 앞에 호수가 있긴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물 냄새까지 맡고 싶진 않았다. 안그래도 오후에 조깅을 하며 충분히 호수 바람을 맞았던 터였다. 더불어 호수가로 가려면 산책로를 따라 숲의 느낌이 나는 지역으로 들어가야한다. 어쩐지 이런 날 숲에 들었갔다가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살해당할 것만 같은 망상에 숲으로 가길 피했다. 난 숲으로 가지 않는다. 난 소로우는 못될 것 같다.
--
Jazzbois Goes Blunt II (20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