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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Rat Saw God]

by spiral 2023. 4. 13.

록음악을 들으려할 때는 젊은 친구들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을 찾는다. (난 1990년대 록밴드들을 좋아하지만 그들이 나이들어 최근 만들어내는 음악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들어보면 별로 감흥이 없다. 중년이 만들어내는 록음악보다 김빠진 맥주 같은 음악도 없다.) 록은 20대의 음악이라 믿기 때문이다. 20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정서가 있다. 록은 그걸 잡아낸다. 그 특유의 진흙 속에서 밝게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될 때 환희를 느낀다. 아래 앨범에는 그 순간이 포착되어 있다. (물론 모든 곡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20대의 정서는 거칠다. 함께 하기에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20대의 내 자신을 돌아보건대 그 시절 나를 참고 함께 해준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뿐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정서에 록이라 불리는 최소한의 미적 형식이 덧붙여질 때 기묘하게 빛나는 순간이 만들어져나온다. 견딜 수 없는 숨막힘 속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이 록 속에서는 출구의 모습으로 현상한다. 자유는 실체가 아니다. 자유는 구속이라는 맥락 없이 직접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는 오직 구속에 대비된 환영으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꼭 필요한 환영이다. 환영이 결국 우리를 한번도 존재한적 없는 외부로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출구의 빛은 검은색을 배경으로 밖에는 드러나지 못한다. 아이돌 음악에 빠진 것이 바로 이 검은색 배경, 우리를 꼼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구속이다. 배경 자체가 밝게 빛나는 곳에서 출구의 환영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빛으로 가득한 음악은 결국 너무도 답답한 음악이 되고만다. 그러한 음악은 20대의 음악이라고 할 수 없다. 20대는 그 자체로 검은 배경을 가로지르는 한줄기 빛과 같다. 록의 색은 검은색이다. 내가 아직도 록을 듣는다면 그건 검은색 속에서 밖에는 빛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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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 Saw God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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