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이 얼마전 새로운 곡을 발표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난 익스트림 팬이 아니다. 그저 노래 몇 개 아는 정도다. 1980년대식 메탈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아래 영상이 보여주는 게리의 보컬 스타일 및 그의 무대 공연 스타일을 보며 별로 멋지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아래 영상이 메탈 음악의 온갖 정수를 다 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맨살에 가죽 자켓 하나 걸친 의상부터 마이크 스탠드 휘두르는 방식, 기타 치며 발차기 해대는 방식, 보컬과 리드 기타 둘이 사이 좋게 마이크 하나 나눠쓰며 노래 부르는 클리세까지 온갖 옛것들이 다 모여있다. "그들이 널 찢어버릴 거야"라는 대목에서 두 손을 좌우로 벌리며 찢어버리는 동작을 취하는 게리의 동작이란 얼마나 메탈적으로 드라마틱한가! 불타는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장식 하나 밖에 없는 무대 구성 방식은 어떠한가? 메탈의 관점에서 볼 때 십자가는 불에 탈 때 가장 아릅답다. 역시 메탈은 사탄의 자식들이 만드는 음악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어야 제맛이지 않은가? 영상의 시작부에 고릴라 사진부터 보여주고 시작하는 예사롭지 않은 태도는 또 어떠한가! 메탈 문법의 관점에서 볼 때 이 곡이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곡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곡을 시작하는 기타리프의 간결하면서도 충분히 공격적인 느낌 및 각각의 악기 연주를 뒷받침하는 최고 수준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보라. 메탈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겠다는 자세로 가득하다. 오만하지만 아무도 이견을 달 수 없는 수준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아래 곡의 요지는 '내가 메탈의 지배자다, 복종하라!'와 같다.*
그러나 아래 곡이 단순히 메탈의 정수를 보여기에 훌륭한 것만은 아니다. 여기서 누노가 가지고 있는 기타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이 아래 곡을 먹여살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의 기타는 단순히 메탈적 의미에서 빠르기 때문에 놀라운 것이 아니다. 기타리스트로서 그는 클리세를 피하기 위해 애쓴다. 그게 그의 연주를 '유니크'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이미 지적했듯 아래 곡 자체는 메탈의 클리세로 가득하다. 물론 완성도는 대단히 높다. 그러나 단순히 완성도만으로는 관심을 끌기 어렵다. 마지막 순간 곡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누노의 기타 플레이다. 아래 곡에서 그의 기타 솔로는 거의 보컬의 지위에 육박한다. 첫째로, 대중적인 곡으로 만들어졌음에도 기타 솔로가 노래라도 부르듯 대단히 길게 진행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기타 솔로 후반부에 가면 심지어 보컬이 기타 솔로를 돕기 위해 코러스를 더한다는 데 있다. 기타가 보컬을 돕는 것이 아니라, 보컬이 기타를 보좌한다. 이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긴 솔로가 끝나자마자, 그 어떤 여운도 남기지 않은 채, 방금 보여준 연주 따위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바로 공격적인 메인 리프로 전환해버린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아무나 이런 식으로 곡을 전개하지 않는다. 기타 연주를 통해 클리세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유형의 연주자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익스트림의 음악은 좋아하지 않지만 1997년 이후 2005년 경까지 나온 누노의 작품은 즐길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 물론 이들의 가공할 만한 '지배력'에는 하나 결정적으로 빠진 게 있다. 이들이 이미 50-60대 장년층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언제부터 메탈이 60대의 음악이 되었단 말인가. 통탄할 노릇이다. 20대 나이의 탁월한, 음악계를 '씹어먹는' 메탈 밴드란 것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인가? 정녕 60대 노인에게서 밖에는 '널 찢어버릴 거야'와 같은 파릇파릇한 정신의 노랫말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인가! 스튜디오 녹음이니 쩌렁쩌렁하게 들리지 과연 라이브에서도 저렇게 부를 수 있을지, '찢으려다' 찢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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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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