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

이날치, "범 내려온다"

by spiral 2020. 3. 1.

아래 곡을 보고 있으면 미국 아마존에서 파는 한국산 호피무늬 담요가 생각난다. 시공간이 완전히 뒤틀린 느낌이다. 특히, 온스테이지 특유의 텅빈 공간을 보라. 장소가 상실되어있다는 것이 요점이다. 진공과 같다. 진공 속에서 조선 시대 음악이 소환된다. 아마존을 생각해보라. 아마존의 특징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이버 공간은 기하학적 공간이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뜬금없이 한국산 호피무늬 담요가 팔리는 것은 바로 이 수학적 공간 속에서다. 동일한 방식으로 아래 영상에서는 흔히 국악이라 불리는 전통적 삶의 양식이 기하학적 공간 속에 출현한다. 이 때문에 아래 시도는 음악 자체로서 중요한 사례이지 않다. 그보다는 새로운 시공간을 창출해보겠다는 문화적 기획의 일환으로서 중요하다. 예컨대, 이는 미술 전시회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음악 퍼포먼스에 더 가깝다. 여기서 소리는 주요한 미적 요소가 아니다. 실제로 아래 곡은 주관성을 전달하는 화성의 차원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리듬과 비트라는 비주관적 요소가 보다 중요한 요소를 이룬다. 예컨대, 율동 없이 곡만 듣고 있으면 마치 주술사가 주문을 외는 것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서 전통적으로 국악이 마당이라는 장소에 모인 집단을 위해 상연된 삶의 양태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차이는 오늘날은 동일한 요소가 아무런 관객도 없는 기하학적 공간 속에 재배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아래 시도는 단순히 전통의 귀환이지 않다. 그보다는 새로운 볼거리를 창출해보겠다는 동시대적 요구가 구현되는 한 가지 방식이라 할 만하다. 아마존 내 한국산 호피무늬 담요가 차지하는 위상이 그러한 것이지 않은가?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