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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ves, "Firesuite"

by spiral 2019. 11. 12.

아래 앨범이 나온지 거의 20년이 지났다. 나에게는 이때가 동시대 음악을 들으며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던 시기다. 마음이 늙었다는 소리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얻었단 말인가? 지적 쾌락이 그것이다. 20대에도 지적 쾌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강도가 다르다고 느낀다. 지적 만족이 들지 않으면, 마치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했을 때처럼, 불쾌를 넘어 불안을 느낀다. 내 삶이 완전히 잘못되어가고 있으며 삶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문학 작품이 되었든 철학서가 되었든 어떤 것을 읽고 나면 그 독특한 시공간 속에 온전히 머물 때까지 음미하고자 한다. 내 육신이 속한 시공간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이나 철학을 음미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지장을 주는 것은 이른바 현실 세계의 소식을 알려준다고 떠들어대는 미디어, 즉, 언론의 존재다. 요컨대, 언론이 창출해내는 시공간을 대하고 있으면 그 천박한 시궁창 수준의 세계관에 내 정신과 육신이 전염병에 걸려 죽을 것 같이 느낀다. 현실의 시공간을 바꾸는 첫 시작은 새로운 지적 세계의 관계망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언론 개혁'이라는 것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언론으로 하여금 현실의 '팩트'를 보다 정확히 전달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팩트' 이전에 위치한 존재론적 엮임을 어떻게 풀어내어 어떠한 새로운 시공간을 창출해낼 것이냐는 질문과 맞닿아있다. 바로 이 지적 작업과 관련하여 난 그 어느 때보다 젊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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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Soul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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