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영상 속 토마스 사이프리드는 보스턴칼리지의 생물학과 교수다. 그에 따르면 암은 유전학적 질병이 아니라 대사질환이다. 흔히 암은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서 세포를 원래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라고 한다. 기존의 이론은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사전에 암이 발생할 확률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그에 따라 필요하다면 암이 발생하기 전에 발생 가능성이 있는 기관을 제거해서 생명을 구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사이프리드는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는다. 암은 유전적 질병이 아니라 대사질환이라는 것이다.
대사는 생리학적 에너지 생산 기제를 뜻한다.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은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라의 놀라움은 산소 호흡을 하여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데 있다. 사실 미토콘드리아 이전에 그 어떤 생명체도 산소 호홉을 할 수 없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최초로 광합성을 해서 에너지를 만들어낸 생명체다. 흔히 최초의 생명체라고 한다. 문제는 바다 속에서 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하여 만들어낸 산소가 바다를 가득채우게 되면서 일어난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산소의 독성을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된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 거꾸로 최초로 산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 미토콘드리아다. 만약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 수만 있다면 생명체에게는 큰 이점이 있다. 아주 조금의 에너지원만 있어도 산소 호흡을 통해 많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가 바로 그 위대한 일을 해낸 최초의 생명체다. 이 미토콘드리아를 기존의 박테리아 형태의 생명체가 자기 몸 안으로 받아들여 생명이 진화하게 된다. 원핵세포에서 진핵세포로의 진화가 이를 뜻한다. 인간 또한 이렇게 탄생한 진핵세포에 기반해서 진화했다. 미토콘드리아를 기반으로 산호 호흡을 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인간이라는 뜻이다.
사이프리드의 주장은 단순하다. 암은 미토콘드리아가 원래대로 산소호흡을 하지 못하게 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소호흡을 하지 못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이프리드에 따르면 '발효'가 일어나게 된다. 발효는 산소 없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세포의 대사작용을 뜻한다. 이는 인간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도 상당 시간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정지로 호흡이 멈추어도 세포는 당장 죽지 않는다. 산소 공급이 끊길 때 세포는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무산소 에너지 대사를 하기 시작한다. 쉽게 말하면 이는 미토콘드리아 이전에 시아노박테리아가 산소 없이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원핵세포를 증식시키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다. 인간의 세포는 진핵세포 기반이지만 진핵세포는 원핵세포에서 진화했다. 인간의 세포가 원핵세포 시절의 생존법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산소가 들어오지 않으면 생존을 위해 세포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살아남고자 노력한다. 산소가 없다면 산소 없이 생명활동을 했던 원핵세포 시절의 생존방식으로 돌아가고자 할 것이다. 암은 바로 이 무산소 기반 에너지 대사 상태로 들어간 세포의 생존방식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 예로, 청산가리는 인간의 목숨을 순시간에 끊는 맹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청산가리는 암세포를 죽이지 못한다. 이는 청산가리가 인간의 산소호흡을 멈추게 하는 기제에 기반하여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암세포는 산소호흡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호흡과 무관하게 스스로 살아남는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서 때어낸 암세포는 그 사람이 죽은 후에도 실험실에서 특정 조건을 맞추어주면 계속해서 홀로 살아갈 수 있다. 인간 몸 속의 암은 '에일리언'과 다름 없다.
문제는 무산소 에너지 대사를 하게 되면, 세포는 증식해서 살아남을지 몰라도, 세포가 모여서 만드는 기관 및 기관들이 모여 만드는 신체가 질서를 잃고 전체 체계가 무너지게 된다는 데 있다. 여기서 미토콘드리아를 통해서 산소호흡을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유추해볼 수 있다. 복잡한 기관의 체계로 이루어진 고등한 생명체가 나오기 위해서는 세포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무절제한 자가 증식이 통제되어야한다는 게 핵심이다. 요점은 낮은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세포의 무질서한 분열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대사가 세포의 자기 증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선 안되며 전체 체계의 관점에서 통제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이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 미토콘드리아에 의한 산소호흡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이는 내 추정이며 과학적 실험 등으로 검증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물론 난 가설로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산소호흡을 하게 되면 조금의 에너지원만으로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각각의 세포 자체가 무절제하게 자기만의 생존을 위해 에너지원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과 분배를 만들어내는 체계 자체가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이 조건이 갖추어지면 복잡한 기관들의 상호관계로 이루어진 생명체의 체계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어 산소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면 세포가 원시적 원핵세포 시절의 생존방식으로 퇴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포가 몸의 전체 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절제하게 자기증식을 시작하게 된다. 암은 바로 이 상태를 뜻한다.
그렇다면 암의 원인을 찾는 일은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키는 원인을 찾는 일과 같을 것이다. 흔히 발암물질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체내에 들어가게 될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기존의 이론은 발암물질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그 결과 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프리드의 이론에 따르면 발암물질이 문제가 되는 것은 미토콘드리아에 상해를 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이프리드가 말하듯 우리 몸의 미토콘드리아는 대단히 강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발암물질이라고 해도 잠깐 노출되는 것 정도로는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아주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상해를 받아야 망가지게 된다. 여기서 사이프리드가 암을 대사질환이라고 규정하는 것의 함의가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대사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을 뜻한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가장 깊게 매일 같이 관여하는 것은 발암물질이 아니라 우리가 먹는 음식이다. 음식이 에너지 대사에 쓰이는 원료이기 때문이다.사이프리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가 사실상 암의 주요 원인으로 글루코스 기반 식사를 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루코스는, 쉽게 말해, 설탕과 탄수화물을 뜻한다. 세포가 무산소 발효 과정으로 들어가게 될 경우 사용하게 되는 원료가 글루코스다. 글루코스가 혈액을 통해 공급되는 이상 한번 발생한 암세포는 죽지 않고 계속해서 증식한다. 자신을 지탱시켜줄 에너지원이 계속 공급되는데 자기증식 밖에 목적을 가지지 않은 세포가 죽을 이유가 없다. 암세포를 죽이기 어려운 이유는 글루코스 기반 식사를 하는 한 환자가 암세포에게 계속해서 먹이를 공급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미토콘드리아가 산소호흡을 할 경우 실은 그렇게 많은 에너지원을 필요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미토콘드리아는 많은 양의 글루코스를 애당초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글루코스가 적어야 더 잘 에너지 대사를 한다. 미토콘드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에너지원은 글루코스가 아니라 단식을 할 때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키톤이다. 이는 지방산인 키톤으로 대사를 할 때 미토콘드리아의 대사가 최적화된다는 뜻이다. 사실 거꾸로 너무 많은 글루코스를 공급받으면 몸에 염증이 일어나게 된다. 미토콘드리아 또한 손상된다. 그리고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면 생존을 위해 세포가 글루코스 기반 무산소 대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게 암이 시작되는 방식이다.
유전자는 모든 질병에 개입한다. 예컨대, 1형 당뇨병은 2형과 달리 유전적 원인을 지니고 있다. 암도 분명 유전적으로 더 취약한 부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어째서 20세기에 와서야 암이 이토록 극성을 부리게 된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암은 심장질환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사망원인이다. 여기서 사이프리드는 20세기 초반 탄수화물 기반 공장식 가공식품을 먹지 않은, 전통적 삶의 방식을 지켜온 민족들을 연구한 기록을 언급한다. 이들 사회에서는 공통적으로 암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인간과 유전자가 거의 동일한 침팬지 사회에도 암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동물원에서 길러지는 침팬지에게도 적용된다. 동물원에서 어째서 침팬지 등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관객에게 주의를 주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음식을 먹으면 동물들이 병에 걸려 죽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이유로 초식동물은 육식을 해서는 안되며, 육식동물은 초식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오늘날 인간 관객이 동물원 동물에게 주는 먹이가 자신들이 먹던 과자나 빵 같은 가공식품이라는 데 있다. 동물원 관계자들은 그런 음식을 동물에게 주는 것은 '동물학대'이기 때문에 절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그 '동물학대'를 인간이 스스로 자기자신에게 매일 같이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프리드에 따르면 인간이 먹는 가공식품을 먹게 될 경우 동물들도 여지 없이 암 등 여러 인간이 겪는 질환에 걸린다. 그리고 20세기를 거치며 가공식품을 먹게 된 전통 부족의 구성원들이 모두 동일하게 암 발생율이 치솟았다. 암이 단순히 유전적 질병인 것만이 아니라는 보다 중요한 사례로는 유전전 변이가 발생하지 않은 세포에서도 암이 발생하더라는 연구결과를 들 수 있다.
수백 만년 진화의 역사를 견뎌온 인간의 몸은 우리의 상식과 달리 대단히 강인하다. 웬만해서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20세기 이전까지 죽음의 원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 사고사 혹은 전염병에 의한 것이었다. 대사질환이란 것은 없었다. 대사질환은 20세기 이후 식문화가 공장화되고, 가공식품화되고, 우리 삶이 탄수화물 기반으로 정착되면서 찾아온 것이다. 원래 인간이 수백 만년 동안 먹어온대로 먹으면 인간은 대사질환에 걸리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인간이 이토록 탄수화물을 많이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 밖에 되지 않은 일이다. 바로 이 급격한 변화에 인간의 몸은 진화론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대사질환은 바로 이 진화적 부적응의 표현이다. 고인류의 화석을 보면 현대인이 그토록 쉽게 겪는 충치가 발견되지 않는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인류는 설탕과 탄수화물을 거의 안먹었고 그렇기에 치아가 썩을 일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진화가 그렇게 쉽게 허투루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말의 의미다. 만약 인류가 지금 우리처럼 쉽게 썩는 치아를 가지고 있었다면 대부분 음식 섭취를 충분히 하지 못한 나머지 이른 나이에 금방 죽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나약했다면 자연계를 지배하는 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치과진료를 받지 못했던 시절의 인류란 얼마나 불행한가?'라고들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사고로 치아가 부러지는 일은 있을지언정 글루코스에 의해 부식되는 치아의 문제는 겪지 않았다. 탄수화물 기반으로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 다른 웬만한 것은 전부 견뎌내도록 진화한 게 인간의 치아다. 지금 우리가 겪는 치과진료의 대부분은 20세기식 식사 방식 때문이다.
대사질환은 단순히 살이 쪄서 겉보기에 흉물스럽다는 문제가 아니다. 대사질환은 당뇨병, 암, 치매 및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혹은 인류가 지난 수백 만년 동안 경험해본 적 없는 모든 희귀한 질환으로 이어지는 기저질환을 뜻한다. 근래 생리학은 정신질환 또한 대사질환의 한 표현 방식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비만과 당뇨병이 있는 집안에서 정신질환이 쉽게 발생하더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뇌와 신경계의 작동이 원활한 에너지 대사 및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을시 우리 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는 프로작을 먹으면 증상이 개선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째서 프로작이 그러한 효과를 내는지 그 기제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최근의 연구는 프로작이 에너지 대사를 개선하여 뇌에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 뇌과학자들이 달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맥락이 여기 있다. 그들은 아예 '달리기는 뇌운동'이라고까지 말한다. 요점은 달리기가 건강한 대사과정을 촉진시키는 인자라는 사실을 보는 데 있다. 호흡과 에너지 생산이 생명의 근간이다.
과거 단전호흡이란 것이 정신운동으로 여겨진 적이 있다. 여기에는 사실 생리학적 바탕이 있다. 물론 단전호흡가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가 어째서 그러한 결과를 낳는지 그 기제를 알지 못했다. 그 결과 유사 종교 행위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었다. 요점은 호흡이 근본적으로 미토콘드리아의 원활한 작동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보는 데 있다. 이런 말을 해볼 수 있다: 영혼은 미토콘드리아에 달렸다. 당신의 미토콘드리아가 당신의 영혼이다. 호흡과 대사가 인간 윤리의 근간이다. 자신이 지닌, 그리고 더 나아가, 타인이 지닌 미토콘드리아가 행하는 호흡을 망가뜨리는 일은 윤리적이지 않다. 오늘날의 윤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타인의 미토콘드리아를 마치 자신의 것과 같이 사랑하라. (이 기준에 따를 때 오늘날 탄수화물 및 가공식품에 기반한 음식산업의 대부분이 비윤리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은 타인의 미토콘드리아를 사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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