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설의 "Cilla"라는 곡의 인트로와 이어지는 메인 리프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지금 이들은 젊은 록 밴드가 달성할 수 있는 최고조의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전성기로 진입하는 록 밴드의 음악을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다. 어쩐지 어린 시절 내가 거닐던 음악적 고향에 다시 온 듯이 느낀다. 뮤직 비디오의 마지막에 저 미친듯 아무 규약 없이 각자 뛰노는 모습을 보라. 저것이 1990년대 나로 하여금 록 음악에 매료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원동력이었다. 아이돌의 군무를 깨트리는 음악이 내가 듣는 록 음악의 정체다. 규정된 아이돌 음악에 대한 안티테제가 요구될 때가 바로 록 음악이 살아나는 시간이다. 그 시절이 다시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난 아이돌 음악을 결코 내 영혼이 머무는 곳으로 여겨본 적 없다.
1990년대 초반 얼트 록이 등장한 후 한때 록 음악 청자들 사이에서 '록 스피릿'을 논하는 것은 촌스러운 메탈 음악의 흔적을 더듬는 일과 같이 여겨졌었다. '진정성'은 사라져야 할 과거의 구태였다. 그 이후 2000년대 등장한 아이돌 음악에 있어서 음악적 정신에 관한 논쟁 따위는 있어본 적이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세련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스피릿'도 허락되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영혼 없는 음악이 음악 씬을 지배해왔다. 2000년대 대중 음악의 역사는 음악으로부터 영혼을 지워가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영혼 없는 롯봇과도 같은 기계 몸뚱어리들의 칼 같은 군무를 보게 되었다. 동일한 이유로 다시 음악에 영혼을 불러넣게 될 때 무너지는 것은 군무에 찌든 몸뚱어리들이다. 2019년, 음악에 있어 영혼은 규약의 파기를 의미한다. 나는 아이돌 음악의 규약이 파기되는 것을 보고 싶다. 그러한 일을 하는 음악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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