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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별, "갑판 위에 엎드린 채'

by spiral 2012. 2. 25.

[월간뱀파이어 3권: 갑판 위에 엎드린 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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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타이틀을 이루는 곡이다.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는 여성 보컬을 남성 보컬이 나지막하게 감싼다. 그것은 연인이 서로 대화를 하는 것 같이 들리며, 연인의 대화가 외부인들의 귀에 시시껄렁한 것에 불과하듯, 아무도 둘만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다. 그래서 이 둘의 대화는 대화라기보다 기도에 더 가깝다. 그 안에서 각자의 말은 정확한 묘사의 언어를 갖지 못하는 말에 자리를 찾아주려는 듯 서로 돕는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배경에서 침식해들어오는 아직 분화되지 않은 그르렁거리는 신음 혹은 질식 직전의 호흡 소리와 같은 효과음에 감싸여질 때에야 비로소 낭만적이 된다. 그것은 이들의 애정 행각을 은밀히 문틈 사이로 엿보는 시선과 같다. 이 무성적 소년의 시선은 곡의 프레임으로서 두 개의 성이 재각인되는 장소다. 흐릿한 것으로부터 의미를 찾아내어보고자 하는 욕망, 이야기를 엿듣고 싶게 만드는 의지 혹은 곡을 듣고 싶게 만드는 매력은 분화되지 않은 노이즈를 동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 "갑판 위에 엎드린 채"는 앨범 내 각각의 곡들을 통해 흘러나오는 여러 이야기들 및 "아편굴 처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은밀히 듣는 청자의 시선을 내적으로 한번 더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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