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트랙으로 꼽고 싶다. 멋진 곡이고, 멋진 비디오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열망이란 것의 현실을 잘 묘사하고 있다. 날고자 하는 열망를 품기도 어렵지만, "크고 작은 폭발"이 병에 모아지듯 품게 된 열망을 구현해보고자 할 때 보통의 사람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란 제한적이다. 예컨대, 다른 사람이 소유한 기체를 훔쳐서라도 날지 않는다면 평생 한번 날아볼 방도가 없는 현실이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조건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렇게 실현된 열망은 현실이란 이름으로 다스려지게 된다.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도, 해본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안니다. 곡이 말하듯, "잘 될지," "맛이 있을지는"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좌절의 경험이거나, 아니면 보복의 경험일 확률이 더 크다. 열망의 구현에 뒤따르는 파멸, 그것이 저 붉은 눈을 한 파일럿과 검은 전투기가 그려내고자 하는 현실이다. 거꾸로 우리 자신의 꿈에 뒤쫓기기 시작할 때 우린 저 나약한 토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탄 비행기의 프로펠러는 이미 멈추어진 후다. 꿈을 꾸고자 하며 그 자신의 꿈에 의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듯한 두려움을 겪어본 모든 자들을 위한 송가라 할 만하다. 벤야민이 말하듯 우린 판타스마고리아 속에서 살아간다. 예컨대, 현실은 19세기 수도, 파리의 아케이드와 같이 현상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오직 깨어나기 위해서 꿈을 꾼다. 디스토션 걸린 기타 소리가 이토록 잔인하도록 숨가쁘게 들린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 곡과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보다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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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즘]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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