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핸드릭스는 일렉트릭 기타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뽑아낸 음악가와 같다. 물론 핸드릭스 이전에 기타를 가지고 이런 소리를 낸 사람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있긴 있다. 핸드릭스의 기타가 들려주는 특징을 요소별로 구분을 해보면 핸드릭스가 이 모든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예컨대, 블루지한 기타 솔로는 티-본 워커나 엘모어 제임스와 같은 음악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리듬을 강조하는 기타 연주는 척 베리나 보 디들리의 영향이 기본적으로 있다고 봐야한다. 하드록의 뿌리인 시카고 일렉트릭 블루즈 계열의 기타리스트들의 영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50년대 후반 링크 레이(Link Wray)의 "Rumble" 같은 곡이 지닌, 디스토션 걸린, 퍼지한 사운드의 파워 코드 전개 기반 기타 곡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핸드릭스의 연주가 독창적이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사람들의 기타 연주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즐기기에 무엇인가 감정적으로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티-본 워커의 기타는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하지만 동시대적 감수성과는 다소 다르다. 요점은 핸드릭스의 연주를 듣게 되면 앞서 들었던 연주자들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 의미를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핸드릭스의 기타 연주는 이 모든 요소로 다 합친 후에 그 가능성을 극대화할 때 얻어진다. 결과적으로 핸드릭스의 연주는 일렉트릭 기타가 어쿠스틱 기타의 소리를 단순히 앰프를 통해 확대하는 장비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개념의 악기임을 보여준다.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미디 같은 전자악기를 통해 없던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한 일을 기타를 가지고 했다고 보는 편이 낫다. 1960년대를 기준으로 핸드릭스의 기타는 새로 등장한 테크놀로지와 같다.
사실 핸드릭스 이후로 그의 방식을 따라 기타라는 악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내리려는 시도가 계속 있어왔다. 에디 밴 헤일런, 드릴 피킹을 사용한 폴 길버트, 기타를 가지고 턴테이블 소리 등을 낸 톰 모렐로 등. 기타로 새로운 소리를 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사실 핸드릭스 이후 새로운 악기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전자음악의 영역에서 본질적으로 일어났다고 보는 편이 더 핵심적이지 않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핸드릭스의 계승자는 전자음악가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기타 자체를 새로운 악기로 재정의하고자 하는 시도가 그렇게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어떤 면에서 오늘날 가장 동시대적 악기는, 그 어떤 특정한 악기가 아니라, 컴퓨터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그 한 예가 AI가 만들어내는 음악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전자음악 다음에 오는 것은 AI 음악인지 모른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 참고로 아래 핸드릭스의 "Machine Gun"은 예전에 올린 동명의 곡과는 다른 연주다. 둘 다 같은 제목의 공연에서 연주된 것은 맞으나 둘은 서로 다른 날 다른 시간에 연주된 것들이다.
--
Live at Fillmore East, 197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