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

RATM, "The Ghost of Tom Joad"

by spiral 2026. 1. 8.

1990년대 말 음악 전문 케이블 티비에서 이 영상이 반복적으로 방영되던 당시 한국에서 이 곡의 정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사실 이 곡은 1995년 발표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곡을 커버한 것이다. (커버라고 하기에는 가사 빼고 남겨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다소 어폐가 있기는 하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곡은 1939년에 발표된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의 주인공 톰 조드의 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이다.

톰 조드의 이야기를 가지고 곡을 쓴 것이 사실 스프링스틴이 처음은 아니었다. 밥 딜런에게 큰 영향을 미친 우디 거스리가 1940년대 초에 "톰 조드"라는 제목의 곡을 쓴 적이 있다. 스프링스틴의 곡은 바로 이 거스리의 포크 전통을 잇는다. 레이지어겐스트머신이 스프링스틴을 따라 "톰 조드의 유령"이라는 곡을 부른 것은 미국의 유구한 포크 전통을 따르는 의미가 있었다. 록음악이 가사의 의미에 중점을 두는 포크 전통과 친족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여기서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 가사의 의미에 중점을 둔다는 말은 록음악이 사회 문제를 다루는 진지한 음악 양식, 혹은 문학성을 지닌 장르라는 뜻과 같다. 지금 이 전통은 많이 흐려졌다. 그러나 적어도 1990년대 말까지는 살아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레이지어겐스트머신의 곡은, 포크 기반 스프링스틴의 곡과 달리, 가사를 못 알아들어도 얼마든 느끼고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아래 곡에서는 '사운드 디자인'이라 부르고 싶은 요소가 강하게 드러난다. 곡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사실 가사가 아니다. 모렐로의 기타 리프다. 기타 기믹은 덤이다. 가사가 아니라 덜라로차의 분노에 찬 감정선이다. 툭툭 던지는 것 같다가도 와장창 터트리는 윌크의 드럼 소리다.  이것이 1990년대 말 한국에서 이 곡의 영상이 소비된 방식이다. 이는 록이 실제로는 얼마나 포크로부터 멀리 떨어져나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와 같다. 록은 가사가 아니라 사운드로 말하는 장르다.*

*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었던 우드스톡 '69과 달리 우드스톡 '99가 폭력적 방화 사태로 끝나게 된 배경에는 포크와 록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주최측의 문제가 있다. 69년도에 포크와 록은 서로 융합된 상태였다. 그러나 99년에 둘은 이미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던 중이었다. 

--

Renegade (2000); Live and Rare (199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