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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fer, "Letting Go"

by spiral 2025. 12. 4.

언어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그곳엔 대신 소리가 있을 거다. 말이란 건 말이 없는 자에게 폭력적으로 가해지는 온갖 헛소리, 넌센스와 같다. 그러다 넌센스를 넌센스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 때문에 어느 순간 화라는 감정이 치밀어오르게 될 때가 있다. 언어가 없는 자에게는 바로 그 화가 언어를 창출해는 원동력이 된다. 언어를 태워버리는 언어가 나오게 된다. 때때로 난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고 느낀다. 언어의 세계에서 비언어의 세계로. 20대에는 매일 같이 언어 대신 소리와 함께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언어가 떠나 비게 된 자리가 아무 소리도 없이 홀로 남겨져 있다. 곤경이다. 이 빈 곳을 기성의 언어로 채우는 일은 내게 거짓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러한 일을 하도록 종용받고 있다. 담론의 세계는 증오스럽다. 난 언어로 더 이상 사람을 설득할 동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사물이 되고 싶거나, 아니면 공기 중으로 흩뿌려지고 싶다고 느낀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고달픈 일이다. 큰 구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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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ing Go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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