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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음악

by spiral 2025. 8. 29.

사람과 음악은 동일한 영역, 정서적 만족감이라는 영역을 두고 경쟁한다. 예를 들면, 난 종종 사람보다 음악이 더 좋다고 느낀다. 음악을 듣고 있을 때면 구태여 사람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지 않아도 될 듯이 느낀다. 여기에는 심지어 장점도 있다. 사람의 따뜻함은 젊은 시절이 지나면 사라진다. 중년 이후, 특히 노년에 이르기까지 본성이 따뜻하게 유지되는 사람이 있다면, 난 그 혹은 그녀를 사랑할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잘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따뜻함을 이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첫번째 방법이다. 두번째는 마음이 병들지 않도록 늘 음악을 주변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사실 사람과 달리 음악은 나이가 들지 않는다. 변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사람과 음악,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둘 중 어느 것도 없다면 그 사람은 삶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지난 주말 모임 별의 공연에 갔다. 조 소장님께서 초대를 해주셨다. 먼저 연락을 주셨을 때 반갑고 고마웠다. 공연은 정금형 작가의 수장고에서 열렸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아직 해가 있던 시간이었다. 건물 6층에 위치한 수장고의 한 벽면에는 밖이 내다보이는 창문이 있었다. 창문으로 빛이 들어왔다. 해가 지기 1시간 전쯤이었다. 창문이 난 곳은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칸막이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칸막이의 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칸막이 안쪽 창문이 있는 공간은 밝았고, 칸막이 밖은 어두웠다. 멀리 반대편에 서서 석양 빛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이상한 곳에 와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동굴에 들어왔다고 말해봐도 괜찮지 싶다.) 칸막이에는 창이 두 개 있었고, 창에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하얀색 코팅지가 발라져 있었다. 그러나 그 중 하나의 한 구석의 코팅지가 벗겨져 작은 삼각형을 만들었고 삼각형으로부터 칸막이 안쪽의 빛이 새어들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창문의 빛은 점점 어둑해져갔다. 난 늘 빛이 밝아오거나 어두워지는 시간이 가장 매력적이라 느낀다. 빛의 변화와 함께 공간이 계속 변하고 있었다.

모임 별의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무대 속 가수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없었다. 벽에 투사된 비디오 영상이 만들어내는 조명과 드럼 및 키보드 주변 바닥에 깔린, 촛불을 켜놓은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장식용 불들이 연이어져 있었을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연주가 이루어졌다. 악기 소리와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조 소장님은, 술도 한 잔 하며, 앉아서 노래를 했다. 공연 중 그는 "진정한 후렌치 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라는 곡의 제목을 짓게 된 일화를 나누며 농담조로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난 그 뜬구름 잡는 제목이 그 곡의 매력이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바닥에 앉아서 술을 한 잔씩 하며 곡을 듣는 관객들은 의외로 그다지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지 않았다. 일부는 바닥에 폰을 내려놓은 채 공연을 촬영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술과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폰으로 채팅하는 사람도 있었다. 편안한 모습들이었다. 서로에 대한 대단한 기대감이 공간을 긴장시키고 있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으로 충분했다. 동시에 음악과 술이 모르는 사람들을 느슨하게 이어놓고 있었다. 정서적 공동체가 만들어진 모습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디제잉이 이어질 때 갈 길이 멀어 자리를 먼저 떠야했다. 떠나기전 조 소장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12년 전에도 그렇게 느꼈지만, 그는 따뜻한 사람이다. 나 같이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도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모임 별의 다른 멤버들을 소개받았다. 다들 좋은 사람들 같았다. 각자 고민이 없겠느냐마는 그 순간 만큼은 행복해보였고, 그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돌아가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수업 시간에 딴짓하는 학생도 열린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라 한다면 어떠한가? 교단에 서본 사람만이 이 말의 참 뜻을 알리라. 어떤 면에서 교단은 무대와 비슷한지 모른다. 온갖 감정을 다 느끼게 되는 곳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모임 별의 공연엔 두 가지가 다 있었다: 사람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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