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음악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리를 리차드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흔히 엘비스 프레슬리를 록앤롤의 왕이라 하지만 사실 엘비스는 초창기 리를 리처드나 척 베리와 같은 흑인 록앤롤 음악가들의 곡을 커버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하운드독"도 사실 흑인 리듬앤블루스 여성 음악가 빅 마마 손튼의 곡을 커버한 것이었다. 물론 이를 두고 오늘날의 관점에서 단순히 엘비스 프레슬리를 커버 음악가 정도로 여겨서는 안된다. 당대에는 맥락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아래 영상에서 흥미로운 점은 청중이다. 록앤롤 청중이 마치 레스토랑이라도 되는 듯 식탁을 앞에 두고 점잖게 앉아있는 모습이다. 그에 비해 리처드는 피아노를 치고 있지만 의자가 없다. 서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연주하다 기이한 막춤 동작을 선보인다. 한편 색스폰 연주가는 리처드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위에 올라가서 연주를 하다 내려온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얼마든 가능한 공연 행위 같지만 1950년대에 이는 거의 놀라자빠질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식탁이 필요했던 것일까? 1950년대까지 대중음악은 식당에서 조용히 식사할 때 뒤에서 배경음악 정도로 흘러나오는 음악이었을 것이라는 게 내 추정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대중음악이 전혀 독립된 예술로 여겨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물론 아래 관중 구성과 배치는 연출이다. 실제로 식사하는 사람들도, 차를 마시는 사람들도 아니다. 다만 평소 그런 식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웠길래 무대 구성조차 저렇게 했을 것인지 생각해볼 수는 있다. 내가 음악가라면 내 음악을 식사할 때 사용하는 배경음악 정도로 쓰이는 것을 원치 않을 것 같다. 아래 영상이 흥미로운 것은 리를 리처드의 기이한 록앤롤 공연이 이루어지면 식사를 하다가도 공연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데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리를 리처드 이후 리처드의 캐릭터가 미국 영화에서 일종의 클리세가 되어서 계속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내 추정이다. 일반적으로 흑인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 중의 하나는 주연은 아니지만 조연으로 코믹하게 까불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이다. 리처드의 깝치는 록앤롤 공연 방식도 방식이지만 인터뷰를 보면 이 사람이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차드는 게이 캐릭터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상하게 미국이나 일본 영화 혹은 만화에서 게이 캐릭터는 과장된 제스처를 지닌 코믹한 부류로 그려지는 데 그 한 기원이 리를 리처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리처드만의 특성은 아니기도 하다. 사실 흑인에 대한 클리세 인물상 전통은 그 역사가 훨씬 더 길다. 19세기부터 이어져온 백인들이 흑인 가면을 쓰고 흑인 음악 등을 공연하던 민스트럴시(minstrelsy)로부터 기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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