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문학 전공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암묵적으로 지니고 있는 학습 방법에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공부에 있어 기본적으로 기계적으로 학습해야할 개념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모습이다. 암기식 교육은 하찮은 것, 비인문적인 것, 가치 없는 것이라고 느낀다. 반대로 개념적 사고를 트레이닝하지 않고 직접 상상력의 세계에 직관적으로 뛰어드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줄 안다. 그게 인문학인 줄 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문학을 공부하는 것을 손쉽게 '구라'를 늘어놓는 것 정도로 여기는 면이 있다. 이들에게서는 수업 중 나온 개념을 공부도 하지 않은 채 답을 쓸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어리석음과 오만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교실에서 토론식 수업을 진행할 때면 강의 중에는 딴짓만 하고 있다가 점수는 따야겠다고 여겼는지 자진해서 겉만 번드르르한 말을 마치 사기꾼처럼 내놓는 학생이 있다. 수업 중 나온 단어 몇개, 용어 몇개를 가져다가 마치 저질 챗봇이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인터넷 댓글 같은 말을 내놓는다. 이런 식이면 인문학은 사기꾼의 학문 정도로 여겨질 것이다. 대학에서 4년을 보내고 나서도 실제로는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어 졸업할 것이고, 겉만 번드드르한 말로 상대로 속이고 현혹하고 감정을 부추겨 '내 편'으로 만드는 것만을 목적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한 것을 인문학적 사고라고 자평할 것이고, 자기와 같이 사고하지 않는 사람들을 기술자적 편협함 속에서 살아가는 자로서 폄훼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강 교육을 받게 되면 인문 전공 학생들에게 미래는 없다. 말랑말랑한 문화론 이야기 조금 듣고 재밌다고 느끼다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미래는 없다. 전공이 무엇이 되었든 대학에서의 학습이 말랑말랑하고 재미 있기만 하다면 당신은 속고 있는 거다. 감정의 안온함을 찢어버리는 개념의 폭압 앞에서 저항하고 굴복하고 그 끝에 개념을 전복하는 사유가 없는 것은 그 어떤 배움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감정론은 찢겨진 개념 속에서만 접근 가능하다. 재미, 감흥, 감각적 새로움은 고통과 구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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