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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동물 인간

by spiral 2024. 10. 3.

흔히 인간은 잡식동물이라고들 한다. 인간이 뭘 먹는지 살펴보면 고기도 먹고 채소도 먹으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과대해석해서 인간이 마치 초식동물처럼 실제로 초식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인간은 초식을 못한다. 초식을 할 수 있으려면 여러개의 반추위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성능 좋은 맹장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전자의 경우 소가 대표적이고 후자의 경우 말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어떠한가? 인간은 반추위가 없다. 맹장은 있지만 흔적기관으로 퇴화했다. 이는 인간이 초식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초식을 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식동물이 초식을 한다는 의미는 식물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이나 당을 자신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초식을 한다는 것은 식물에 들어있는, 흔히 식이섬유라 불리는, 셀룰로스를 발효시켜 그로부터 지방산을 뽑아내서 에너지원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한 기관이 반추위이고 맹장 등이다. 그리고 이 작업을 할 수 있으려면 아주 긴 대장이 필요하다. 소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초식동물은 대장이 길고 소장은 짧다. 이 모든 기관을 가지고 있더라도 초식을 하는 일은 굉장히 시간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다. 엄청난 양의 식물을 먹어야 필요한 만큼의 지방산을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초식동물은 하루종일 하는 일이 풀을 뜯는 것이다. 먹느라 다른 일을 할 틈이 없다. 그들에게 문명 사회가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 인간으로 가보자. 물론 인간도 풀과 식물을 먹을 수 있다. 한국인들은 특히나 풀을 많이 먹는다. 그럴 때면 마치 인간이 초식동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아무리 풀을 많이 먹어도 풀에서 지방산을 추출해내지 못한다. 인간의 대장 속에서 식이섬유는 아주 조금밖에 분해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그냥 대변으로 다 배출된다. 물론 식이섬유는 배변활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이득이 있다. 이 정도만 놓고 보면 실제로는 채식을 못하지만 인간이 채식을 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초식동물이 초식을 한다고 할 때 그들이 먹는 것은 대부분 풀이다. 곡물을 먹을 수는 있지만 인간이 사료의 형태로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게 아닌 이상 자연상태에서는 곡식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곡물은 농업을 하지 않을 경우 많은 양이 한 곳에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초식은 곡식이 아니라 풀식을 뜻한다. 인간이 사료로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고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만 보아도 초식이 곡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초식동물들은 곡식을 할 수 있다. 탄수화물과 당으로 이루어진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원래 초식동물이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다. 대부분 탄수화물 및 당으로 이루어진 식사는 초식동물에게 적합한 식사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식사를 하게 되면 초식동물도 인간으로 칠 경우 2형 당뇨병과 유사한 병이 일어난다. 곡식을 한 소의 고기에서 '마블링'이 발견되는 이유는 과도한 당 섭취가 인슐린 분비를 통해 중성지방으로 변환된 결과일 것이다. 

인간이 잡식을 한다고 할 때 이 말은 그렇게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인간이 채식을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것은 지방산이 아니라 당분이다. 더불어 약간의 파이토케미컬 및 항산화제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채식을 할 필요가 있다면 후자 때문이지 당분 때문일 수는 없다. (물론 먹을 게 없다면 당이라도 먹는 게 맞다.) 그런데 실제로 인간이 채식을 한다고 할 때 그 의미는 항산화제나 식물성화학물을 얻는다는 데 있지 않다. 항산화제나 식물성화학물은 열량을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채식을 하겠다는 것은 열매류 채식에서 당분을, 곡식류 채식에서 탄수화물과 당분을, 즉, 열량을 얻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제는 곡식 및 열매가 지닌 탄수화물 및 당분으로부터 열량을 얻는 식사법은 인간의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물론 탄수화물은 필수 영양소의 하나다. 그러나 실제로 신체를 정상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탄수화물의 양은 별로 크지 않다. 물론 이는 인간이 지방을 그 자체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만약 지방 에너지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고 할 때 그래도 여전히 탄수화물이 필요한가 물으면 대답은 물론 '그렇다'다. 예컨대 뇌의 특정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지방만으로는 안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매일 최소한도의 탄수화물은 섭취해야한다. 그러나 그 양은 크지 않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듯 반대로 탄수화물을 그 자체 주요 에너지원으로 써도 된다. 그러나 이 경우 많은 문제가 벌어진다. 탄수화물 및 당은 당연히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고 아주 빠른 속도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예컨대 당장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투여해야할 것은 당이지 지방이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 빠른 속도가 문제를 일으킨다. 너무 빨리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혈액 내 혈당수치를 급격하게 올린다. 혈관 및 세포에 너무 많은 당이 공급되면 염증이 일어나 혈관벽 및 세포가 파괴된다. 또한 빨리 흡수되는 만큼 너무 빨리 소진된다는 문제가 있다. 식사 후 2시간이 지나면 이미 에너지 고갈상태에 이른다. 이 말은 곡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에너지 공급을 원활하게 하려면, 예컨대, 3시간에 한번씩 식사를 해주어야한다는 뜻과 같다. 물론 급격하게 당을 올리고 내리고 하는 과정을 3시간에 한번씩 격게 되면 몸은 병에 걸리게 된다. 당뇨병이 대표적이다. 2-3시간에 한번씩 단것을 급하게 먹어주지 않으면 저혈당 상태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는 사람들이 당뇨병 환자들이다. 이는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 기제가 망가진 경우를 뜻한다. 인간의 신체는 이런식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져있지 않다. 

인간이 잡식을 한다고 할 때 그 말은 인간이 채식동물과 같이 풀에서 지방산을 얻어낼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이 잡식을 한다는 말은 인간이 탄수화물 및 당 위주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뜻 또한 아니다. 지구상 그 어떤 동물도 탄수화물 및 당 위주의 식사를 하고서 병이 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초식동물이 인간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탄수화물 및 당을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인간이 잡식을 한다고 할 때 그 의미는 육식을 위주로 하되 단백질과 지방을 오랜시간 구하지못해 생존에 문제가 생길 때 살아남기 위해 간간히 탄수화물, 당을 과일, 열매, 곡식 등을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탄수화물과 당은 아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연료이기 때문에 평소에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면 아주 좋은 에너지 부스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탄수화물과 당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료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계속 주입하여 인간의 신체를 굴리기 위해 쓸 만한 에너지가 아니다. 그렇게 쓰면 신체가 망가지게 된다.

탄수화물을 주요 열량 공급원으로 사용하면서 동시에 병이 나지 않고자 할 경우 아주 절제된 식사를 해야한다. 탄수화물은 정제된 형태가 아니라, 예컨대, 밥 형태로만 먹어야할 것이다. 구태여 따지자면 당의 흡수 속도를 낮추기 위해 이른바 현미를 먹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백미든 현미든 먹는다고 해도 작은 용기에 담긴 제한된 양만을 먹어야한다. (그러나 현미의 문제는, 백미에 비해, 렉틴이라는 불리는 식물성 독소를 훨씬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불리거나 발아시키거나 하는 방식을 쓰면 상당 부분 렉틴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완전히는 아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장누수가 있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치명적일 수 있다. 신경계에 독소가 흡수되어 뇌기능 저하 및 마비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열매류 채소류 등에 든 당의 양도 계산해서 먹어야한다. 당이 들어갈 수 있는 소스류도 전부 피해야한다.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이쯤되면 '나에게서 먹는 즐거움을 빼았지 말라! 차라리 먹고 싶은 거 먹다가 죽고 말겠다!'는 선언이 나오게 된다. 이 항변에는 이상할 것이 없다. 이 말은 이러한 절제된 식사가 이미 정상적인 식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인간은 애당초 이런 기괴하게 절제된 방식으로 탄수화물 기반 식사를 하고 살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혈관질환을 '성인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인간이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및 당을 오랜시간 사용한 결과다. 즉, 간헐적으로 써야할 에너지원을 장기적으로 사용해 결국 몸이 견디지를 못하게 될 때는 대부분 나이가 든 시점일 것이다. 10-20대까지는 탄수화물 및 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해도 몸이 잘 견뎌낸다. 너무 막 굴리지만 않는다면 30대까지도 잘 버틸 것이다. 그러나 40대 이후로는 버티지 못한다. '성인병'은 예정된 수순이다.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80-90% 정도의 에너지를 단백질과 지방에서 에너지를 주로 얻는 와중에 나머지 10-20% 정도 선에서 탄수화물과 당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게 적절하다는 정도에 머문다. (물론 단백질이 에너지로 쓰이려면 당으로 전환되어야한다. 실제로 50% 정도의 단백질이 당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그 전환 속도는 탄수화물식을 할 경우에 비해 훨씬 느리다. 바로 이 느린 속도 때문에 단백질을 통해 당을 섭취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한 방법이 된다. 반면 지방은 당으로 전환되지 않고도 그 자체로 직접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사실 해부학적으로 인간의 소화 체계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육식동물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인간은 위산이 그 어떤 육식동물보다도 더 높은 산도를 지닌다. 인간의 위산은 1.5 pH다. 호랑이나 사자 같은 육식동물보다 더 높은 수치다. 초식동물은 4-5 pH까지 떨어진다. (pH는 로그스케일에 기반한 수치다. 예컨대, 1.5 pH와 5 pH 사이의 차이는 4.5 배 차이가 아니라 3,162배 차이다.) 위산은 단백질과 지방을 효과적으로 분쇄하며, 썩은 고기를 먹고서도 웬만하면 병에 걸리지 않게 해준다. 또한 인간은 쓸개가 발달해서 담즙을 매우 잘 분비할 수 있다. 담즙은 지방을 실질적으로 분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아울러 인간은 소장이 길고 대장은 짧다. 소장은 육식동물이 단백질과 지방으로부터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필요한 기관이다. 

인간이 탄수화물과 당 위주의 식사를 한 역사는 길게 잡아야 1만 년 정도 밖에 안된 일이다. 그때 농업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200만년 동안 인간은 수렵채집을 했고, 수렵채집시 주된 먹이감은 동물을 잡아먹는 것이었다. 진화론적으로 1만 년은 적응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다. 아직까지 인간은 탄수화물과 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쓸 수 없는 존재다. 심혈관계 질환은 육식을 할 때 생기는 게 아니라 곡식을 할 수 없는 인간이 곡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할 때 필연적으로 얻게 되는 질병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육식은 순수 육식을 뜻한다. 햄버거로 치면 패티만 육식에 해당한다. 빵, 감자튀김, 콜라 등이 덧붙여진 형태는 육식과 아무 상관 없다. 더불어 고기를 식물성 기름에 튀긴 것 또한 육식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메가-6 함량이 높은 식물성 기름은 염증을 유발하는 위험한 식재료다. 식물성 기름 중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없다: 올리브, 아보카도, 코코넛 정도다. 물론 이 중에서도 올리브나 아보카도 기름은 여전히 동물성 지방에 비해 높은 오메가-6 함량을 지니고 있다. 10%만 해도 전혀 낮은 양이 아니다. 동물성 지방에는 오메가-6가 거의 없거나 1% 미만이 함유되어 있다.) 최근 10-20년 사이 의학계의 최신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사실은 HDL이든 LDL이든 유형을 막론하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계 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심지어는 특정 구역에서는 콜레스테톨 수치가 낮은 사람에게 심혈관계 질환이 더 잘 발생하는 경향까지 관찰된다.

자연계의 모든 동물은, 육식이든 초식이든, 얼마간 다 잡식을 할 수 있다. 초식동물도 육식 성분을 먹어도 죽지 않는다. 다만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육식만 하면 죽게 될 것이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에너지 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 말이다. 거꾸로 맹수와 같은 육식동물도 초식을 할 수 있다. (호랑이나 사자가 풀을 뜯는 모습은 자연계에서 쉽게 발견된다. 맹수라고 해도 먹을 게 없으면 죽지 않기 위해 풀이라도 뜯어야한다.) 다만 초식동물 특유의 방식으로 풀에서 지방산을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며 그저 곧바로 사용될 수 있는 당 성분 정도 얻는 방식으로 할 수 있을 뿐이다. 당이 적은 초식을 할 경우 육식동물은 에너지가 모자라 굶어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육식동물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과도하게 당을 먹게 될 경우 에너지는 얻을 수 있을 것이지만 필연적으로 대사질환, 예컨대, 당뇨병에 걸리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당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과도하게 공급될 경우 역설적이게도 그 특성상 에너지원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 방식을 20세기 들어 인류가 과도하게 추구하면서 온갖 건강상의 위험에 노출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래 의학계가 향해가는 방향은 인간은, 현대 문명이 제공하는 가공된 형태가 아닌 육식, 즉, 단백질과 지방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게 맞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방질 위주의 식사는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얼마만큼 먹어야하는지를 인간이 인위적으로 계산하여 따질 필요가 없다. 충분한 양의 지방질이 몸에 들어가면 호르몬 체계가 알아서 '포만감'이라 불리는 신호를 뇌에 전달하여 더 먹고 싶어도 먹고 싶지 않겠금 만들기 때문이다. 이 말은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음껏 먹고도 아무런 대사질환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실 지방질 섭취가 일으키는 '포만감'은 단순히 쾌락추구의 신호이지 않다. '포만감'은 거꾸로 '이 이상 더 먹지 말라' 혹은 '이 이상 먹을 필요가 없다'는 규제적 신호이기도 하다.* '포만감'이라는 규제적 신호의 장점은 전혀 규제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포만감'이라는 만족 및 쾌락의 형태로 규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00kcal 공식을 따르려 하면 머리가 계산해야한다. 그러나 우리 몸은 이미 '이 이상 먹지 말라'는 규제적 신호체계를 지니고 있다. 계산하지 않아도 알아서 '포만감'을 통해 '이 이상 먹지 말라'고 몸이 말을 한다는 뜻이고, 이 신호체계를 따르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내 신체가 지금 무엇을 더 원하는지 신체가 내놓는 신호에 따라 더 먹거나 덜 먹는 것이지 표준화된 2000kcal 공식에 따라 칼로리를 계산하는 게 아니다. 물론 표준화된 칼로리 계산법은, 많이 먹을 경우 대사질활을 일으키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병에 걸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탄수화물 위주 식단은 사실 인간이 애당초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식단이다. 이를 알면 일일 칼로리 표준 자체가 인위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위적이기에 표준화된 칼로리 계산법은 사실 대단히 금욕적인 계산법이기도 하다. 인간 생리에 맞지 않는다. 지난 2백만년 동안, 예컨대, 구석기인들이 칼로리를 계산해가며 식사를 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계산하는 법 자체를 알지 못했을 것이지 않은가.

* 지방질에 기초한 포만감은 당분 섭취에 대한 욕망 자체를 줄이기도 한다. 키톤에 기초해 대사를 하게 되면 거꾸로 당분의 맛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껴지게 된다. 예컨대, 맥주에는 많은 당분이 들었다. 평소 지방질 위주의 식사를 하다 맥주를 마시면 별로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100-200ml 정도까지는 괜찮다. 그러나 그 이상 마시면 맛이 고약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평소 그렇게 맛있다고 느꼈던 맥주다.+ 맛은 지금 몸이 필요로 하는 성분, 결핍된 성분이 무엇이냐를 나타내는 지표이지 음식물이 지닌 절대적 고유의 맛이 아니다. 즉, 몸에 결핍되었으나 필요한 성분을 먹을 때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맛은 신체가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신체 내 영양소 측정기다. 맛은 미식의 척도가 아니다.

+ 맥주의 맛을 두고 홉이 어쩌니, 보리만 썼느니, 발효 방식이 어쩌니, 라거니 에일이니 하는 요소를 따진다. 그러나 생리학적으로 따지면 본질적으로 맥주의 맛을 '맛있다'고 여기게 만드는 근본은 다른 모든 것 이전에 당분이다. 당분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나 맥주가 맛있게 느껴진다. 이 대전제가 깨지면 맥주는 종류를 막론하고 별로 맛있는 무엇이 아니다. 이는 맥주가 농업혁명 이후의 산물이라는 사실과 일치한다. 사실 맥주는 '마시는 빵'이라고 일컬어진다. 즉, 영양소 구성에 있어 맥주를 먹는 것은 밥 혹은 빵을 먹는 것과 동일하다. 탄수화물 및 당 위주의 음식 문화가 꽃피운 결실의 하나가 맥주다. 이는 지금까지 음식문화가 탄수화물식을 기반으로 발전되어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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