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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hatz

by spiral 2017. 5. 18.

아래는 스트로해츠(Strawhatz)라 불리는 팀의 안무다. 요점은 이들의 '안무'가 삶의 고뇌 및 감정적 깊이를 지닌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라 오직 표면만을 지닌 코믹 만화 캐릭터의 움직임과 같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들이 이른바 인간의 영혼이 드러나는 지점이라 여겨지는 얼굴 및 눈을 밀짚 모자 아래 감추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저 밀짚 모자는 이들의 안무를 추상적 기호, 예컨대, 삼각형 모양의 도형이 만들어내는 신호로 읽히도록 만든다. 이들이 특정 움직임을 패턴으로 만들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보라. 그것은 농촌에서 얻어지는 대지에 기반한, 고생스럽지만 보람찬, 인간적 삶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도시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나가는 낯선 자를 유혹하는, 네온 사인 간판 혹은 거리의 신호등 및 도로 안내 표지판과 같이 찰나적으로 기능한다. 이로부터 어반 댄스의 한 가지 특성을 유추할 수 있다. 즉, 어반 댄스는 흔히 '감동 스토리'라는 말로 일컬어져온 시중종의 시간적 흐름, 혹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대지의 시간적 흐름 속에서 표현되어 온, 인간의 감정을 맥락 없는 시각 기호로 치환하는 데서 자신의 비인간적 특성을 극대화한다. 어반 댄스가 육체에 구속된 전통적 무용의 영역이 아니라 편집 기술에 의존하는 시각 예술에 속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시각적 특성이 특정 효과를 연출해내는, 예컨대, 빛을 특정 방식으로 반사시키는 유광 복장과 사람의 움직임을 기호화하는 삿갓과 같은 도구를 이들의 안무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만든다. 이는 코하루 스기와라의 경우를 예로 들어 말하자면 헤어 스타일 및 중성적 스타일화가 하는 일에 해당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성적, 혹은 유니섹스적 탈맥락화가 어반 댄스의 공통된 요소라는 점을 다시 한번 언급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반 댄스는 육체에 기반한 섹스 및 사회적으로 규정된 젠더 역할을 뛰어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아이돌 가수들의 전통적 '섹스 어필'과 가장 거리가 먼 곳에 있는 유형의 안무가 어반 댄스이기도 하다. 거꾸로 어반 댄스 내에서 '섹스 어필'이 도입되면 해당 움직임은 이미 시각 예술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린 후다. 한 예로, 앞서 소개한 '저스트 저크' 팀의 안무에 사실 여성 댄서가 두 명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오직 사후적으로만 인지되는 부차적 사실에 불과하다. 동일한 맥락에서 코하루 스기와라가,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는 스트로해츠의 아래 두 번째 비디오에서, 그 어떤 어반 댄서로서의 매력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지적되어야 한다. (해당 비디오에는 여러 패인이 존재한다. 첫째, 어반 댄스적 요소 이외에 뮤직 비디오 구성-편집을 너무 많이 차용하고 있다는 점, 둘째, 댄서들 사이에서 구태의연하게 성 역할 구분이 재도입되고 있다는 점, 셋째, 성 역할의 도입과 함께 다시금 스토리 라인이 첨가되고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할 수 있다. 예컨대, 식사-술 자리 씬을 '재현'하고자 한 마지막 시퀀스를 보라. 이른바 '현실의 재현'은 이미 그 자체로 어반 댄스에 있어 패착으로 기능한다.) 이는 어반 댄스가 해당 댄스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안무가들 사이에서조차 아직 이론적으로 충분히 고찰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코하루 스기와라 같은 1류 어반 댄서들조차 어반 댄스의 시각성을 육체성으로 환원하며 그저 춤을 추고자 할 뿐인 단계로 물러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달리 말하면, 이 분야를 개척하고자 하는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춤꾼으로서의 능력이라기보다 감독 혹은 연출자로서의 관점이며 그에 대한 고찰이다. 이는 영화의 영역에 있어 배우보다 감독이 더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사람으로 언급되는 이유와 같다. 달리 말하면, 어반 댄서는 어반 연출자가 되지 않고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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