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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rum, <Under Tangled Silence>

spiral 2025. 5. 17. 16:12

수업이 끝나고 나가려는데 학생 두 명이 기다리고 있다가 초콜릿을 들이밀었다. 스승의 날이라서 준비했다 한다. 딱히 '스승'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어서 약간 당혹스러웠다. '스승과 제자'라 하면 훨씬 더 깊은 배려 속에서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그보다는 훨씬 더 기술적인 측면이 더 강한지라 그 말이 쑥스럽게 느껴졌다. 마음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것, 그게 그저 고마웠다. 이 친구들은 음대 학생들이다. 학급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들은 아니다. 그래도 종종 와서 이것저것 물어오는 등 수업에 성의를 다한다. 누군가는 성적을 잘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마음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수업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마음이 가는 건 사실이다. 수업에 집중하는 눈빛을 보는 것보다 더 사랑스러운 것도 없다. 반대로, 수업에 관심을 표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도 없다. 강단에 서본 사람은 안다, 이 친구가 사기를 치려는 것인지, 정말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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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angled Silence (2025)